KBS우체통

다큐멘터리 3일: 36.5℃ 인생 용광로

2013-01-11 14:59:36

 

길이 좁아질수록

부대끼는 사람 냄새로 넘쳐나는 곳

빈대떡과 막걸리 한 잔에 털어놓는

우리네 인생 이야기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용광로

종로 광장시장 먹자골목의 72시간이다.

 

종로5가. 번잡한 도로 사이로 몇 걸음 들어서자 아주 오래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빈대떡과 김밥, 순대, 떡볶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먹음직스럽게 놓인 갖가지 음식들. 이 음식들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이곳은 108년 역사의 종로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이다. 이들 대부분은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 시대의 ‘진짜’ 서민들. 그 속에서 부대끼다 보면 돈 걱정, 자식 걱정에 한숨 쉬기도 하고 소소한 삶의 재미에 웃고 우는 평범한 인생사를 만날 수 있다. 무수한 사람들의 무수한 사연들을 한데로 품고 있는 인생 광장. 그곳에서 빈대떡과 막걸리 한 잔에 털어놓는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

 

▰ 힐링(healing) - 마음을 위로하는 36.5℃의 광장

종로 광장시장의 먹자골목에 들어서면 갖가지 음식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그 냄새에 취해 이것저것 먹다보면 어느새 배는 불러오고... 그렇게 여러 가게와 상인들을 거칠 즈음, 그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짙은 냄새는 음식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라는 것을.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 손님을 ‘소비자’가 아니라 ‘인연’으로 여기는 시장 사람들의 따스한 정(情)이다.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사장님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그 이야기를 다 들어줍니다.

그것이 위로가 되고 마음이 편해지는 게 광장시장인 것 같아요" 서보인_42세

 

"여기는 정말 희한한 게... 사람 사는 것 같아요. 때로는 여기 와서 옷 벗고 난리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걸 다 이해합니다. 레스토랑에서 그렇게 해보세요. 저 사람

미쳤다고 그러죠. 여기는 안 그래요. 그 자체로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다 받아들입니다."

이충희_55세

 

▰ 삶의 용광로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광장시장 먹자골목의 상점은 모두 200여개. 이곳이 처음부터 즐비했던 것은 아니다. 몇몇 상점에서 빈대떡과 꼬마김밥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자 업종을 전환하거나 너도나도 그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순대, 칼국수, 보리밥으로 이어지면서 오늘날 ‘광장 뷔페’라는 진풍경을 이루게 됐는데... 비슷한 업종이 머리를 맞대고 장사를 하다보면 자칫 과열경쟁으로 이웃 상인들끼리 의가 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들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먹거리들이 함께 모여 손님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한 집이 문 닫으면 잘 될 것 같죠? 안 그래요. 더불어 사는 거라서 다 이렇게 문이 열려 있어야 손님이 많이 오고 그래서 더불어 먹고 살게 되는 거지" 박서운_55세

 

"이 시장이 빈대떡과 육회 때문에 산 것 같아. 우리는 그 장사는 아니지만 전을 팔다보니 빈대떡 손님 덕분에 우리도 더불어 먹고 살잖아." 전순희__69세

 

▰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삶 - 시장 사람들의 72시간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서 시장을 여는 사람들. 늦은 밤까지 손님을 기다리다보면 하루 잠자는 시간은 고작 3-4시간이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검었던 머리카락이 하얘질 때까지 한평생 노점을 지켜온 시장의 어머니들... 늙어가는 어머니들의 주름살 마디마디엔 고단하고도 치열했던 인생의 굴곡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광장시장 먹자골목엔 늙은 어머니들의 대를 이어 ‘딸’이나 ‘며느리’들이 운영하는 2세 노점들이 많다. 어머니들의 손때 묻은 터전을 쉽사리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용광로보다 뜨겁게 살아온 우리 시대 어머니들의 이야기.

 

"힘이 많이 들죠. 가게 얻느라 손해도 봤지만... 겨울에 너무 추워서 노점에서 덜덜 떨고 있으면... 친정 엄마가 추운데 떨고 있으면 나는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실내에 가게를 얻은 거예요." 장경화_56세

 

"내가 일 해보니까 낮에 고단해서 밤에 잠을 잘 자야 되는데 우리 어머니는 도대체 언제 잠

을 잤나 싶어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사신 걸 보면 당신의 인생을 다 포기하신 거죠. 여기가

종로5가인데, 평생을 시장에서만 사시느라 종로3가를 안 가보셨대요. 지리를 모르신대요." 이정아_46세

 

 

 

 

글 : KBS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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