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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책방] 도쿄에서 파리까지 삼등칸으로 가는 유럽 <삼등여행기>

기사에 나온 방송을 들어보세요! 24:00

 
소설가 하야시 후미코는 1930년 자전적 소설 <방랑기>가 60만 부나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 인세로 그녀는 오랫동안 꿈꿔온 파리 여행을 떠난다. 외국 여행이 쉽지 않던 시기, 만주사변 직후 전운이 감돌던 1931년 11월, 스물여덟 살의 작가는 어느 곳에 있더라도 죽는 건 매한가지라며 트렁크 네 개를 들고 안전하고 편안한 일등칸이 아닌 삼등칸에 몸을 싣는다. 그것도 돌아올 여비도 없이.

 


출처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91185153162#N

 

하야시 후미코는 부산에서 기차로 만저우리에 도착, 다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광활한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으로 향했다. 제목의 ‘삼등여행기’는 유럽으로 향하는 객실 이야기다.

 


1934년의 하야시 후미코 / 출처 https://ja.wikipedia.org/wiki/%E6%9E%97%E8%8A%99%E7%BE%8E%E5%AD%90

 

“여기서 일단 내 객실을 묘사해볼까요. 한 객실에 네 명씩 들어가고 그런 객실이 한 열차에 여덟 개 있습니다. 일등칸과 이등칸도 들여다봤지만, 시베리아 가는 데는 삼등칸을 추천합니다. 결코, 머무르기에 불편하지 않습니다. 열차 보이에겐 일본 돈으로 3엔을 주면 된다고 합니다.”

 


현대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3등석 / 출처 http://www.likewind.net/1135

 

삼등칸에는 삼등칸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가 있는 법이다. “유럽행 삼등 열차는 마치 일본의 나룻배처럼 많은 사람이 떼 지어 줄줄이 걸터앉아 있습니다.개중에는 고풍스러운 아코디언을 어깨에 둘러멘 예술가도 있는가 하면 붉은 목도리를 두른 아파슈풍의 노동자, 발 한쪽이 없는 남자, 볼에 탄흔이 있는 노인, 귀여운 아이 등등 다들 가난한 사람들뿐입니다.”

 


러일전쟁 무렵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 출처 https://www.vox.com/world/2016/10/5/13167966/100th-anniversary-trans-siberian-railway-google-doodle

 

그렇게 시작된 유럽에서의 시간은 곤궁하지만, 낭만이 있는, 계속 무언가를 새롭게 알아간다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였던 몽파르나스의 카페를 비롯한 파리 카페들에서 글을 쓰는 나날이라든가, 말이 통하지 않아 경험하는 소소한 사건·사고 이야기는 제법 재미있다.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 중 하나인 몽파르나스의 카페 뒤 돔(Cafe du Dome) / 출처 https://www.wsj.com/articles/hemingways-favorite-parisian-cafes-1466000457

 

1931년의 유럽은 지금과 같지 않을 테고, 그 시대의 눈으로 <삼등여행기>는 쓰였다. 한편으로는, 이 시기 조선은 식민지배하에 있었으니, 읽다 보면 문득문득 이런 낭만이 허락되지 않았던 조선사람들에게로 생각이 미치곤 하는 일을 막기는 어렵다.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尾道市)의 하야시 후미코 동상 / 출처 https://ja.wikipedia.org/wiki/%E6%9E%97%E8%8A%99%E7%BE%8E%E5%AD%90

“나는 숙명적인 방랑자, 나는 고향이 없다”라는, 하야시 후미코의 <방랑기> 첫머리의 문장처럼, 하야시 후미코는 아주 오래 방랑자로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행상하는 부모를 따라 떠돌이 생활을 했고, 어른이 돼서도 틈만 나면 낡은 기차 시간표를 펼치고는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겠다며 훌쩍 여행을 떠났다. <방랑기>의 처절함, 처연함에 비한다면 <삼등여행기>는 더 멀리까지 볼 수 있게 된 그녀를 보여주는 책이다.

 

 

[KBS 1라디오 <문화공감> 6월 20일 방송 '책 읽는 밤' 코너에서 소개한 책 <삼등여행기>(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를 심층 소개한 글입니다]

 

['문화공감' 홈페이지 바로가기 클릭]


 

 

스토리텔러 이다혜 : 북칼럼니스트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은, 영화잡지 <씨네21> 기자. 장르문화 전문지 <판타스틱> 기자로 일했고, <씨네21>에서 시사 칼럼 ‘이주의 한국인 무엇을 이야기할까’와 문화 칼럼 ‘작업의 순간’을 연재했고, 현재 책 칼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를 연재중이다. 얼굴보다 낫다는 목소리를 내세워 KBS2FM <조우종의 뮤직쇼>, KBS 1라디오 <문화 공감> 등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몰해 책과 영화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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