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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때, 그 사람] 그 누구보다도 강렬했던 테너, 쥬세페 디 스테파노

기사에 나온 방송을 들어보세요! 53:10


음악가들이 모두 시간예술을 다루고 있지만, 그 중 연주자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 짜릿한 빛을 발하는 ‘순간’을 만들어 낼 때 가장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어떤 연주를 해도 매번 다를 수밖에 없고, 어제 성공했던 곡을 오늘 연주한다고 해서 다시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제아무리 큰 대회에서 입상했다고 하더라도 오늘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직업이 무대에 서는 사람들의 숙명인데, 단 한 번뿐인 그 섬광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연주자들이나, 또 그것을 보기 위해 오늘도 음악회장을 찾는 청중들 양쪽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의 주인공은 전설적인 테너 가수입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는데요, 장수했던 것에 비해 전성기가 짧았던 아쉬움은 있지만, 청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무대에서의 짜릿했던 순간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했던 가수죠. 쥬세페 디 스테파노입니다.

 


출처 http://medicine-opera.com/2010/06/the-tenor-of-the-century-almost/

 

여러분들은 스테파노가 부르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시나요? 저와 스테파노의 첫 만남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의 오페라 녹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역시 그의 최고 연주는 나폴리 민요들인 것 같습니다. 나폴리 사람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가수들 가운데도 이 노래들의 해석에 꼭 필요한 사투리의 발음 등에서 지금까지 스테파노를 능가하는 사람은 없다는 평을 듣고 있죠. 민요를 부른다는 것, 거기에 그 노래들을 만들어 내고 즐긴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가수로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닐 듯한데요, 여기서 빛을 발하는 스테파노의 노래는 그야말로 ‘구성지다’ 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정말 노래 부르는 사람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 연주입니다.

 


쥬세페 디 스테파노가 부르는 산타 루치아 Santa Lucia Luntana - Giuseppe Di Stefano with Translation

 


쥬세페 디 스테파노의 나폴리 민요 앨범 / 출처 http://altocd.com/alc1226

 

1921년 시칠리 섬에서 태어난 스테파노는 유명한 성악가인 바리톤 루이지 몬테산토에게서 1939년부터 성악을 배웠는데, 배우기 이전에 이미 별로 가르칠 게 없는 타고난 목청이었던 것 같아요. 전쟁 때 군 복무 후 잠시 스위스에 억류되었다 풀려난 스테파노는 1946년 처음으로 <마농>의 데 그뤼 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하고, 이듬해 바로 라스칼라에 데뷔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스테파노가 유일했다고 합니다. 무수히 많은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아무리 노래 실력이 좋아도 지방의 작은 극장에서 경험을 쌓고 고생을 해야 하는 것이 필수인데, 스테파노의 능력은 그 필수과정을 생략해버릴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고 봐야겠죠. 

 


젊은 쥬세페 디 스테파노 / 출처 http://www.operavivra.com/articles/tenor-of-the-century-almost/

 

1948년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에서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 역할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고, 그 후 인기는 계속해서 상승하게 되죠. 1952년부터 라 스칼라의 거의 모든 역을 휩쓸고, 1956년에는 스코틀랜드와 영국에서 차례로 데뷔 무대를 치릅니다.

 


1948년,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 역으로 분장한 쥬세페 디 스테파노 / 출처 http://archives.metoperafamily.org/Imgs/DiStefanoDebut.htm

 

마리아 칼라스와의 인연은 1951년부터 시작되어 <루치아>, <청교도>, <마농 레스코>, <토스카> 등 열 개의 오페라 전곡 레코딩을 만들었구요, 칼라스가 전성기가 지난 후 다시 재기의 무대를 가졌던 1973년부터도 그녀를 도와 세계 투어에 나서기도 했죠. 스테파노의 전성기는 1960년대 중반까지였는데, 묘하게도 칼라스의 활동시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그 후 스테파노는 간간이 무대에 서고 마스터클라스 등을 통해 학생들과 대중들과의 만남을 계속했구요, 1992년 마지막 오페라 무대에 섰습니다. 1967년과 1974년 두 차례 한국에 다녀간 경력이 있죠.

 


마리아 칼라스와 쥬세페 디 스테파노 / 출처 http://fanpix.famousfix.com/picture-gallery/maria-callas-picture-10394808.htm

 

스테파노의 노래가 주는 매력을 말로 표현하기는 참 힘듭니다. 전형적인 리릭 테너로서 언제나 촉촉함을 머금은 감성이 최대의 장점이죠. 그가 노래를 하면 언제나 사랑에 빠진 청년으로 변신하는 마력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발성 상으로 고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무대에 따라 기복이 많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스테파노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결코 그를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설득력과 서정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출처 http://www.amazon.com/The-Young-Giuseppe-Stefano-Testament/dp/B000003XJZ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음악가란 없는 걸까요. 스테파노는 가수로서 관리를 위해 절제하는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남부 이탈리아 사람 스타일로, 매사 낙천적이고 즐기는 삶을 살았죠. 그와 전성기 때 라이벌이었던 드라마티코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는 괴팍할 정도로 목을 아껴서 공연 전에는 며칠 동안 말을 하지 않기도 하고 술 담배를 멀리하는 등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는데, 스테파노는 밤새껏 파티를 즐긴 후 노래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은퇴 후 레슨도 했지만, 노래는 결코 타인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니까, 진정한 자유인이었다고나 할까요?  정말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던 로맨티스트의 기질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Maria Callas and Giuseppe Di Stefano Sings La Traviata LIVE

 

20세기 성악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명콤비 칼라스와 스테파노, 두 사람의 활동시기가 겹쳤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늦거나 빨랐다면 불꽃처럼 짧은 전성기를 보낸 두 사람의 짜릿한 연주를 듣지 못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드네요. 소프라노로는 다소 어둡고 강한 음을 내는 칼라스와 부드러운 미성의 스테파노는 교묘한 앙상블을 이뤄냈는데, 비극적 정서가 많은 작품에서 특히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마리아 칼라스와 쥬세페 디 스테파노 / 출처 http://www.wbur.org/npr/87869165

 


Maria Callas & Giuseppe di Stefano Tokyo 1974

 

연세가 많으신 애호가들 가운데는 1974년 칼라스와 스테파노의 내한 공연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젊은 시절의 소리는 아니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에서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고 하죠. 새삼 칼라스의 이른 죽음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칼라스의 몫까지 살면서 추억 이야기와 간간히 옛날의 미성을 들려주던 스테파노는 2004년 케냐 여행 중에 강도를 만나 큰 부상을 입고 그 후 투병생활을 하다가 2008년 밀라노 근교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세기의 명가수이자, 로맨티스트와의 영원한 이별이었죠.

 


Giuseppe di Stefano & Maria Callas "Finale" I Puritani

 


 

[8월 29일에 방송한 KBS 1FM <KBS 음악실> 코너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을 재구성하였습니다.]

 

*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선곡표 (클릭)

9. 나폴리 민요
   * -그녀에게 내 맘 전해주게 (03:34)
     - 너는 왜 웃지않고 (03:07)
     - 그대에게 입맞추고 싶어 (03:46)
     - 먼 산타루치아 (03:51)
   * Giuseppe Di Stefano / Ten. Dino Oli Vieri 지휘 오케스트라 [14:18]

 

10. Bizet
   *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 중 ‘귀에 남은 그대 음성’
   * Giuseppe Di Stefano / Ten. with Piano [04:06]

 

11. Massenet
   * 오페라 <마농> 중 ‘달콤한 꿈’
   * Giuseppe Di Stefano / Ten. with Piano [03:55]

 

12. Puccini
   *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 Giuseppe Di Stefano / Ten. with Piano [02:55]

 

13. Giuseppe Verdi
   * 오페라 <리골레토> 1막 중 사랑의 이중창: 사랑은 영혼의 태양
   * Maria Callas / Sop. Giuseppe Di Steffano / Ten.
     Tullio Seravin 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 오케스트라 [03:33]

 

14. Giuseppe Verdi
   * 오페라 <리골레토> 2막 중 ‘그녀를 내게서 훔쳐가다니’
   * Giuseppe Di Steffano / Ten.
     Tullio Seravin 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 오케스트라 [04:47]

 

 

 

 

스토리텔러 김주영 :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주영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대학원에서 석사 및 연주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모스크바 프로코피에프 예술기념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파리 그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KBS 주최 한국의 음악가 음반을 녹음하였고, KBS 클래식 FM ‘KBS 음악실’에서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코너와 1라디오 '문화공감' 의 '올 댓 클래식' 코너,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 ‘정오의 음악회’ 진행자로서 클래식을 알리고 있다. 약 30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KBS 음악실' MC로서의 활동과 그 외 여러 방송 경험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음악의 전 분야를 섭렵하려는 의욕이 늘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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