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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때, 그 사람] 비올라 홀로 서기를 이끈 비올리스트 윌리엄 프림로즈

기사에 나온 방송을 들어보세요! 51:58

살면서 소위 ‘정체성’ 이라는 단어를 글에나 말에 자주 올리게 되는데, 정작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제일 중요하고 힘들다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인생을 잘 보내는 것인지 정답은 절대 없겠지만, 중용을 지키는 삶이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행복에 가까이 도달해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겠죠.

 

오늘의 인물은 서양 악기 중에서 ‘중용’ 하면 떠오르는 악기, 비올라 연주자입니다. 20세기 초반부터 활동하면서 당시 솔로 악기로는 그다지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비올라라는 악기를 당당하게 솔로 악기로 자리매김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죠. 영국 출신의 비올리스트 윌리엄 프림로즈(William Primrose)입니다.

 


출처 http://www.snipview.com/q/William_Primrose

 

제 주변에서, 비올라 소리에 대해 제일 많이 언급하는 내용은 이런 것입니다. ‘잘 들어보면 참 편안하고 독특한 울림이 매력적인데, 그냥 흘려들으면 바이올린이랑 구분이 잘 안 될 때도 있고, 때로는 첼로 소리처럼 들릴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등등이죠. 사실 때때로 저도 그렇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음역이 넓고 여러 가지 음색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은데요, 알면 알수록 매력이 무궁무진한 악기가 비올라입니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윌리엄 프림로즈 / 출처 http://music.lib.byu.edu/piva/wpphotos/wpphotos.html

 

오케스트라에서는 여러 음역 중에서 중간 쯤 속하기 때문에 양쪽 바깥 성부에 있는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 섞일 때가 많고, 몸집이 큰 서양인이 연주할 때는 시각적으로 바이올린과 구분이 잘 가지 않을 때도 있는데요, 바이올린이나 첼로 연주자보다 상대적으로 솔리스트로 나서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힘든 비올라 분야에서 프림로즈의 이름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파가니니의 협주곡 등 바이올린의 명곡들을 비올라용으로 편곡하기도 하고, 당대의 유명 작곡가들이 만든 비올라 협주곡을 초연한 작품도 많은데요, 한마디로 진정한 20세기 비올라 분야의 선구자였다고 하겠습니다.

 

 파가니니의 협주곡(Paganini Caprice 24)을 연주하는 윌리엄 프림로즈

 


출처 http://saycast.sayclub.com/article/2482394

 

 <Violist, William Primrose, 1904-1982>
출처 http://saycast.sayclub.com/article/2482394

 


<Wlliam Primrose, and Franz Rupp at Aspen. Photo by Berko> / 출처 http://saycast.sayclub.com/article/2482394

 

윌리엄 프림로즈는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1903년 태어나서 처음에는 아버지와 함께 바이올린을 공부했습니다. 1919년부터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공부했고, 그 후 벨기에로 옮겨 명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에게 배웠는데, 그의 권고로 비올라로 전향하게 되었죠. 1930년부터 약 5년 동안 런던 현악 4중주단의 멤버로 일했고, 1937년 아르투르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NBC 교향악단이 창설되면서 수석 주자로 1942년까지 연주했습니다. 1939년 프림로즈 현악 4중주단, 1941년에는 야샤 하이페츠, 에마누엘 포이어만과 함께 현악 3중주단을 결성하는 등 실내악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죠. 1955년에는 줄리어드 음악원 교수, 1962년 남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 1965년에는 인디애나 대학 교수를 지내며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기도 했습니다. 1960년에 심장병이 생겨 그 이후로는 주로 교육자로 여생을 보냈습니다.

 


출처 http://www.musicweb-international.com/classrev/2003/Nov03/primrose1947.htm

 

뛰어난 비올리스트는 당시에도 많았을 텐데, 그중에서도 프림로즈가 최고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무엇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완벽한 테크닉과 우아한 음색을 프림로즈의 장점으로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프레이징의 음악적인 처리도 당대로서는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늘 화려했죠. 그의 귀신같은 솜씨에 매료된 작곡가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벨라 바르톡은 그의 최만년 작품인 비올라 협주곡을 프림로즈에게 헌정했는데, 아쉽게도 미완성으로 남아서 프림로즈는 작곡가 사후에 티보 셀리가 완성한 버전을 1949년 12월 초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벤자민 브리튼의 ‘라크리메’ 라는 작품은 비올라의 팬들에게 늘 인기있는 명곡인데요, 다울랜드의 노래를 편곡한 이 곡은 프림로즈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바르톡의 비올라 콘체르토(the 1st Movement of Bartok's Viola Concerto)를 연주하는 윌리엄 프림로즈

 


벤자민 브리튼의 ‘라크리메’ [Benjamin Britten, "Lachrymae" for viola and piano (Part 1)]

 

프림로즈가 남긴 음반들은 오래된 녹음인데도 마치 내가 현장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그 음색이 정말 청명하고 또렷한데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생전에 연주하던 악기들이 최고의 명기들이었다는 점이죠. 그 중 ‘아마티’ 비올라는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는데요, 현재는 커티스 음악원장이기도 한 로베르토 디아즈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디아즈는 이 악기로 낙소스 레이블에서 프림로즈가 편곡한 비올라 작품집을 녹음하기도 했죠. 

 


비올라 "아마티" / 출처 http://www.purcellstrings.com/2012/11/18/looking-over-a-beautiful-amati/

 

같은 연주자라도 악기가 지닌 특징에 따라 평소 성격이 조금씩 다른 것을 발견하면 참 재미있습니다. 흔히 음악가들끼리 유머 중에 ‘비올라 조크’ 라는 게 있어요. 원래 비올리스트들을 조금 바보스런 사람으로 만들어 놀리는 내용이 많아서 그 자리에 비올리스트가 있을 경우에는 불쾌하지 않게 미리 양해를 구하곤 하는데, 그냥 웃어넘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성격이 무던한 편에 속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비올리스트들은 대개 성격이 사교적이고 센스가 빠른데, 확실히 그런 성격의 비올리스트가 다른 악기들과의 앙상블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비올라 연주자들이 편곡이나 그 외에 응용 능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아내는 눈썰미도 빨라서 대화하다 보면 유익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죠. 알고 들으면 더 아름답고 흥미로운 비올라의 세계는, 이제 막 우리에게 솔로 악기로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중후함과 스마트함을 함께 갖춘 악기, 비올라의 매력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연기하는 윌리엄 프림로즈

 


출처 http://oldadstore.ecrater.com/p/20524553/1949-booking-ad-william-primrose-viola

 

 

 

스토리텔러 김주영 :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주영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대학원에서 석사 및 연주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모스크바 프로코피에프 예술기념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파리 그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KBS 주최 한국의 음악가 음반을 녹음하였고, KBS 클래식 FM ‘KBS 음악실’에서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코너와 1라디오 '문화공감' 의 '올 댓 클래식' 코너,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 ‘정오의 음악회’ 진행자로서 클래식을 알리고 있다. 약 30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KBS 음악실' MC로서의 활동과 그 외 여러 방송 경험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음악의 전 분야를 섭렵하려는 의욕이 늘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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