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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때, 그 사람] 비교불가한 시크함. 피아니스트 다비드 프레

기사에 나온 방송을 들어보세요! 50:59

 

‘시크함’ 이라는 말이 어디서나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명사나 형용사형으로 모두 쓰이는 말인데, ‘맵시 있음’, ‘우아함’ 등으로 풀이되더군요. 멋지고 세련돼 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끈적이지 않고, 조금 도도하면서도 쿨한 매력을 풍기는 예술이나 그 주인공... 여러분들은 어떤 음악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프랑스의 음악이나 음악가들이 맨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번 주인공은 프랑스 출신의 젊은 피아니스트입니다. 재능있고 개성이 풍부한 연주자는 참으로 많지만, 오늘 소개해드리는 피아니스트 역시 그 누구와도 비교하기 힘든 개성의 소유자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외모가 정말 훌륭합니다. 올해 34세의 피아니스트 다비드 프레(David Fray)입니다.

 


출처 http://imgartists.com/artist/david_fray

 

보고 계신 대로 잘생긴 얼굴에 매력적인 남자 피아니스트이고 여성 팬도 당연히 많습니다. 같은 남자인 저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 프레를 얼굴이 잘생겨서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는 조금 특별한 케이스의 음악가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멋진 외모에 가려져 음악가로서의 진지함을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 조건들이 장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죠. 원래 매우 예민하고 날카로운 감각의 소유자인데, 그 기질이 비쥬얼적인 장점과 어우러져 멋진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고나 할까요?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oeXR3vjn7N4

 

그는 2008년 유명한 음악 다큐멘터리 전문감독인 브뤼노 몽셍종이 만든 ‘swing, sing, think' 라는 제목의 영상이 DVD 로 출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동영상에서 바흐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프레의 모습이 여러 가지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몰두하거나, 건반 위에서 춤을 추듯 허리를 아래위로 움직이는 모습, 그 밖에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오케스트라와 자유롭게 공감하는 연주매너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주하면서 허밍을 하는 모습은 바흐의 대가로 유명했던 글렌 굴드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특정한 인물을 흉내 낸다는 사실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소지도 있고, 그 대상이 굴드 같은 음악가라면 자칫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완성도 높은 음반들을 연이어 발매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Swing, Sing & Think: David Fray - Bach’s Keyboard Concertos (HD 1080p)

 

다비드 프레는 프랑스 피레네 산맥 근처 따르브에서 1981년에 태어났습니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교사인 집안이었구요, 최초로 국제적인 이름을 얻은 것은 2004년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2등을 수상하면서부터입니다. 그 후 ATMA 레이블로 슈베르트와 리스트 편곡집을 녹음해서 호평받은 것이 2006년이구요, 계속해서 바흐의 모음곡과 협주곡 음반을 버진 레이블로 내놓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2008년 몽셍종 감독과의 영상작업을 통해 지명도를 높인 프레는 그 후 슈베르트의 독주곡과 모차르트의 협주곡 집 등을 녹음했구요, 음반뿐 아니라 라이브와 동영상으로도 많은 팬을 모으는 인기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천재 글렌 굴드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해볼까요? 프레의 연주 모습을 보면서 글렌 굴드를 연상하셨던 분들이 많았을 테고, 음악적 해석까지 굴드를 닮은 것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우리가 굴드의 음악과 그 모습에 열광한 것은 그 모습만이 멋있어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사진이 잘 어울리는 포즈와 스스로 멀티미디어적인 효과를 의식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가 무엇보다 순수하게 음악 속으로 자신을 거의 몰아지경에 가깝게 던지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것이죠.

 


출처 http://i.ytimg.com/vi/eTZ33EVK3Ug/maxresdefault.jpg

 


Glenn Gould An Art of the Fugue

 

거기서 나온 것이 굴드의 잘 알려진 무대매너였는데요, 프레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특정하게 누구를 흉내 내려고 의식한다거나 음악 외적인 것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누구와도 다른 독자적인 색깔로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죠. 정작 연주 스타일은 다소 와일드한 무대매너와 달리 담백하고 깔끔하며 군더더기 없는 악상 표현이 장점인데요, 즐겨 연주하는 레퍼토리에서도 느껴집니다만, 프레 자신은 굴드보다 빌헬름 켐프를 존경하며 닮아가고 싶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이 또 하나 있네요. 켐프는 무대매너가 거의 없다시피 조용히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DAVID FRAY Encore & Interview

 

피아니스트는 무대에서 옆을 보고 앉아 있고, 악기가 큰 탓에 청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데 어려움이 있고, 그래서인지 연주 모우션이 큰 사람이 상대적으로 다른 악기보다 덜합니다. 다이내믹이 커지는 부분에서 손을 높이 쳐들거나 건반 앞에서 몸을 좌우로 흔드는 사람도 있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따르죠.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어떤 동작을 하건 자신의 음악을 청중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도에서 나온, 다시 말해 음악 안에서 나온 동작이라면 그것이 어떤 모습이건 자연스러울 수 있는데요, 반대로 보여주기만을 위한 것이라면 청중들은 금세 알아챕니다.

 


출처 http://www.armoryonpark.org/programs_events/detail/recital_series_david_fray

 

예를 들어 20세기 최고의 대가였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도 소위 ‘스완다이브 (swan dive)' 라고 부르던, 양손을 높이 들어 올려 건반으로 내리치듯 하는 동작을 자주 보여주었는데, 지금 아무도 루빈스타인을 과시하는 음악가로는 생각하지 않죠. 프레의 경우는 아직 젊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음악적 의도를 다소 과장돼 보이는 무대매너 안에 녹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거대한 스타가 된 랑랑도 비슷한 경우죠. 랑랑의 오버 액션 역시 찬반양론이 많은데, 음악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갖가지 경험들이 쌓여 자신의 음악을 좀 더 정돈할 수 있다면 일부 청중들의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Arthur Rubinstein - Piano Concertos

 


Lang Lang -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프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랑랑도 음반을 통해 감상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이미지와 또 다른 피아니스트를 만나게 됩니다. 눈을 뜨고 만나면 화려한 매너의 스타, 눈을 감고 들으면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섬세한 감각의 피아니스트, 어쩌면 프레의 존재는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의 즐거움을 전달해 주는 새로운 스타일의 피아니스트 중 선구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즐거움은 온전히 팬들의 몫이죠.

 


출처 http://www.tutti-magazine.fr/upload/record/img/David-Fray-2_1.jpg

 

 

 

스토리텔러 김주영 :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주영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대학원에서 석사 및 연주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모스크바 프로코피에프 예술기념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파리 그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KBS 주최 한국의 음악가 음반을 녹음하였고, KBS 클래식 FM ‘KBS 음악실’에서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코너와 1라디오 '문화공감' 의 '올 댓 클래식' 코너,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 ‘정오의 음악회’ 진행자로서 클래식을 알리고 있다. 약 30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KBS 음악실' MC로서의 활동과 그 외 여러 방송 경험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음악의 전 분야를 섭렵하려는 의욕이 늘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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