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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때, 그 사람] 한 몸 같은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

기사에 나온 방송을 들어보세요! 56:33

음악가가, 아니 예술가가 이기적이라구요? 어쩌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타인과 힘을 합쳐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작업의 경우, 잘 되면 좋지만 크고 작은 트러블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죠. 딱히 성격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장 비밀스러운 내면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 보이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예민해진다고나 할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둘입니다. 하나도, 셋도 아닌 둘이라 서로의 음악적 견해가 불꽃이 튀길 법도 하지만, 이 둘은 다릅니다. 두 사람이지만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그리고 같은 예술적 영감을 나누고 있는 음악가들이죠. 프랑스의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를 소개합니다.

 

출처 http://www.thegroundmag.com/the-labeque-way/

 

이제는 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라베크 자매는 프랑스 여인들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와 세련된 무대 의상, 그리고 여전히 뭔가 시크한 느낌이 드는 자매 피아니스트죠. 숙녀분들의 나이를 공개하는 것은 실례지만, 자신 있게 프로필에 내고 있으니 제가 밝혀도 되겠죠? 두 사람 모두 예순이 넘었는데, 정말 나이를 무색케 하는 젊음을 지니고 있구요, 외모뿐만 아니라 항상 전진하는 진취적 자세로 피아노 듀오의 새로운 영역을 실험하고 있는 팀입니다.

 

Photo by Umberto Nicoletti 출처 http://www.thegroundmag.com/the-labeque-way/


참 매력적인 장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피아노끼리 연주하는 듀오나 연탄 등의 연주는 아직 다른 실내악 분야에 비해 애호가층이 폭넓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피아노끼리의 앙상블은 청중들을 위해서라기보다 피아니스트들끼리 연주하면서 즐기기 위해 무대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혼자 연습하고, 고민이 생겨도 혼자 해결해야 하는 때가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모이면 그래서 참 많이 즐거운데요, 악기가 크기 때문에 한 대 이상의 피아노가 뭉칠 기회도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오케스트라를 대신하는 대체물로 받아들여진 때도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피아노끼리의 앙상블 작품은 위에 언급한 대로 근본적으로 친목 도모와 기쁨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이유가 큽니다.

 

Photo by Umberto Nicoletti 출처 http://www.thegroundmag.com/the-labeque-way/

 

그런데,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 연주하기에는 그 완성도를 높이기가 굉장히 어려운 분야가 이 피아노 앙상블이기도 합니다. 현악기나 관악기는 소리를 내는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함께 호흡을 맞추는 피아니스트가 따라가기가 용이한 데 비해서, 피아노끼리의 호흡은 기계적인 프로세스가 재빨리 이루어지는, 한 마디로 순발력이 뛰어난 악기들끼리의 맞춤이기 때문에 일치하기가 어렵고, 또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금세 티가 나기 마련이죠. 그래서 전문적인 피아노 앙상블 팀의 경우는 라베크 자매처럼 형제 자매, 부부 관계나 스승과 제자 등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http://www.gemm.com/

 

카티아, 마리엘르 라베크 자매는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지역인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의 이름은 아다 체키인데,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교사였구요, 그녀 자신이 라벨의 제자인 마르그리트 롱을 사사하기도 했습니다. 파리 음악원으로 진학해 계속 공부를 한 두 사람은 일치된 호흡뿐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 앙상블리스트로서 가장 바람직한 성격과 기질을 소유한 팀’이라는 극찬을 듣는 팀이 되었습니다. 베를린 필, 빈 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뉴욕 필,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 거의 모두와 호흡을 맞췄구요, 정명훈, 쥬세페 시노폴리, 샤를르 뒤트와, 주빈 메타, 마이클 틸슨 토마스 등 최고의 대가들과 연주해오고 있습니다.

 


출처 https://oaeblog.wordpress.com/2011/06/20/katia-labeque-speed-interview/

 

독일, 일본, 미국의 주요 방송사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고, 그녀들의 삶과 예술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1992년, 2012년에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필립스, EMI 소니 등이 레이블에서 피아노 앙상블을 위한 거의 모든 작품을 녹음했는가 하면, 언니인 카티아는 재즈에도 관심이 많아서 하비 행콕, 칙 코레아, 조 자비눌, 곤잘로 루발카바 등과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죠. 10년 전부터는 KML 이라는 자신들만의 레이블로 실험적인 영상이 담긴 앨범을 제작해, 스트라빈스키와 그 외의 프랑스 레퍼토리들을 재녹음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http://www.weigold-boehm.de/weigold-boehm/kuenstler/solisten/121-klavierduo/40-katja-marielle-labeque.html

 

라베크의 팬이라면, 2008년에 있었던 내한 공연의 기억이 생생하실 겁니다. 저도 가 보았는데, 흠잡을 데 없이 완성도가 높은 공연이었다는 기억입니다. 드뷔시, 라벨 등의 프랑스 레퍼토리와 함께, 이제는 드라마 음악으로도 유명해진 슈베르트의 환상곡 f 단조도 연주했었는데요, 네 손이 마치 한 사람에게서 나오듯 완벽한 호흡과 교감, 세련된 뉘앙스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언니 카티아와 동생 마리엘르의 서로 다른 개성도 흥미로웠는데, 언니가 외향적이고 화려한 연주를 하면서 팀을 이끌어 간다면, 동생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안정된 호흡과 절제를 통해 전반적인 조율을 해나간다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앙상블 형태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두 사람은 평소 음악작업에서 별로 다툼이 없을 것 같다는 추측도 해보았습니다.

 


출처 http://www.weigold-boehm.de/images/kuenstler/klavierduo/katia_marielle_labeque/download/labeque-02.jpg

 

한 대의 피아노에 앉아 네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두 대의 피아노가 뿜어내는 사운드는 정말 웅장하고 스케일이 크죠. 그래서 오케스트라 작품을 포함해 연주할 수 있는 분야가 편곡에 따라 무한한 것이 피아노 앙상블 분야이기도 합니다. 연주자들의 능력에 따라 연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한대인 이 분야는 그래서 그 팀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보이느냐가 그 정체성을 그대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라베크 자매는 프랑스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해서 기존의 두 대의 피아노나 한 대 - 네 손을 위한 작품들, 그리고 거쉰이나 그 외의 재즈 작품과 라틴 계열의 작품들을 재해석해 녹음하고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구요, 타악기 등 다른 악기들과의 앙상블도 꾸준히 해 오고 있습니다.

 


2013 JIMFF(제천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영화 <라베크 자매의 길>(The Labeque Way) 트레일러
 

라베크 자매의 최근 모습 중 제가 가장 재밌게 감상한 것은 유명한 라벨의 ‘볼레로’를 바스크 지방의 타악기 주자들과 연주한 실황입니다. 유럽 안에서 독특한 이국적 정서를 풍기는 바스크는 자신들의 고향이기도 하고 라벨의 혈통과도 관계가 있죠. 독특한 음색의 타악기들과 사운드를 쌓아 올려가는 연주는 두 대의 피아노만으로는 맛볼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라베크 자매는 다양한 음악인들과 친분을 갖고 있는데요, 팝 가수 마돈나와도 절친으로 알려져 있죠. 마돈나는 자매들을 통해서 바스크의 타악기들을 알게 된 것 같은데요, 최근까지도 자신의 공연에 바스크 타악기 연주자들인 ‘칼라칸’을  출연시켜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클래식과 팝, 민속음악이 한데 모인 화합의 자리였다고 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KBS라디오 1FM <KBS 음악실>의 코너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7월 4일 방송을 기사화한 것입니다]

 

스토리텔러 김주영 :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주영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대학원에서 석사 및 연주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모스크바 프로코피에프 예술기념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파리 그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KBS 주최 한국의 음악가 음반을 녹음하였고, KBS 클래식 FM ‘KBS 음악실’에서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코너와 1라디오 '문화공감' 의 '올 댓 클래식' 코너,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 ‘정오의 음악회’ 진행자로서 클래식을 알리고 있다. 약 30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KBS 음악실' MC로서의 활동과 그 외 여러 방송 경험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음악의 전 분야를 섭렵하려는 의욕이 늘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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