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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때, 그 사람] 대를 잇는 음악 명가, 쿠르트 잔데를링과 아들들

기사에 나온 방송을 들어보세요! 52:07

 

이번 회의 주인공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 거장 지휘자입니다. 아흔 살이 넘는 긴 생애 동안 많은 레코딩과 연주를 했고, 아들 셋을 모두 지휘자로 성장시킨 음악가이며, 20세기 역사의 어두운 뒤안길을 온몸으로 살아내야 했던 인물이기도 한데요, 바로 독일의 지휘자 쿠르트 잔데를링입니다. 1912년에 태어나 2011년세상을 떠나기까지 99세까지 살았다니, 지휘자가 워낙 장수하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대단하죠? 이 분, 여러 가지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요, 독일사람이지만 러시아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해서 러시아인처럼 생각하고 계신 애호가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전설적인 지휘자 예프게니 므라빈스키를 보좌하며 레닌그라드 필의 제2지휘자로 있었던 이유가 제일 큰 것 같은데요, 잔데를링은 분명한 독일인입니다. 게다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전쟁 중에 독일에서 활동할 수가 없었고,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에 건너가서 공부를 계속했던 것에도 이렇게 생각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찌 됐든 그는 독일 출신 지휘자 중에서 러시아 작품을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1912년 독일의 아리스에서 태어난 잔데를링은 베를린에서 공부한 후 20세의 나이에 베를린 시립 가극장 부지휘자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휘자로 꽤 빠른 시작이죠, 1935년 나치스 정권을 떠나 1936년 유럽 연주 여행 후 체코를 거쳐 그대로 소련에 입국,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를 맡게 됩니다. 거기서 명지휘자이자 교사였던 알렉산더 가우크를 사사했고, 1942년부터 1959년까지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제2지휘자로 므라빈스키와 같이 일하게 됩니다. 이 시기가 잔데를링의 음악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기간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 지휘자 므라빈스키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1960년 동독으로 돌아와서 동베를린 시립의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이 교향악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게 되는데요, 당시 분단되었던 도시 베를린을 대표했던 서독의 베를린 필에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케스트라였으니까 잔데를링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갑니다. 1964-1967년에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지휘자도 겸했던 잔데를링은 동독과 소련에서 국가적 영웅의 위치까지 올라갔고, 훈장도 여럿 받았습니다. 그의 긴 이력 가운데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레퍼토리에도 있습니다. 독일 지휘자로는 드물게 오페라를 거의 하지 않고 교향곡, 협주곡 등에 주력했는데요, 그가 대규모의 관현악곡 외에 협주곡의 반주에도 탁월한 솜씨를 지녔다는 사실도 기억할 만합니다.

 

 

힘들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지만, 소련에서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빠른 시간 내에 인정을 받고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살펴보면 부단한 노력과 함께 꽤 많은 행운도 지녔던 인물인 것 같네요. 잔데를링은 그 외에도 여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이름을 높였습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 그 외에도 거의 지휘하지 않은 오케스트라가 없을 정도로 부지런히 녹음을 남겼죠. 그는 아흔이 다 된 나이에도 정력적으로 일했는데, 그래서인지 그가 사망한 줄 알았다가 신보가 나와 놀라는 음악애호가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와 같이 폭넓은 레퍼토리를 여러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했던 지휘자일수록 해석의 특징을 간단히 설명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흔히 잔데를링에 대해 러시아 레퍼토리에서 들려주는 무겁고 어두운 느낌의 오케스트라 음색과 보수적인 느낌 등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그 외에도 작곡가에 따라 유연하게 그 흐름을 조절하는 재치도 있는 지휘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명쾌한 템포와 강한 서정성을 지향했지만, 큰 구조를 바라보며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내는 능력도 탁월하죠. 한마디로 큰 그릇을 지닌 지휘자였다고 생각됩니다.

 

 

잔데를링은 음반도 정말 많죠. 그리고 녹음들 중 대부분이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구입해도 비교적 실패의 확률이 적다고 해도 되겠죠. 베토벤, 브람스 등 독일 작곡가와 쇼스타코비치를 포함한 러시아 레퍼토리, 그 외에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시벨리우스의 연주에도 능하니까 관심 있게 보셔도 좋을 듯하고, 그 외에 하이든 등 정통 고전파의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베를린클래식스’ 라는 동독 출신 음반 레이블이 있는데, 여기에서 출시되는 잔데를링의 음반들은 거의 다 좋은 연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얼마 전 내한 공연을 가졌던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인물은 바로 그의 아들인 미하엘 잔데를링이었습니다. 쿠르트의 아들인 토마스, 슈테판, 미하엘은 모두 지휘자가 되었죠. 이번에 내한했던 미카엘은 원래 첼리스트로도 많은 활동을 한 인물인데요, 독일계 한국인이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최연소 첼로 수석을 지낸 이상 앤더스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쿠르트 잔데를링의 장남 토마스 잔데를링

 

쿠르트 잔데를링의 차남 슈테판 잔데를링

 

쿠르트 잔데를링의 삼남 미카엘 잔데를링

 

미카엘 잔데를링의 제자 이상 엔더스

 

2020년이면 창단 150주년을 맞게 되는 드레스덴 필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음악도시 드레스덴을 받치고 있는 믿음직한 악단이죠.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의 인상적인 베토벤 협주곡 협연과 함께 브람스 등 정통 독일의 프로그램을 연주해서 청중들과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쿠르트 잔데를링이 빚어냈던 그 웅대한 스케일의 오케스트라 음향은 이제 듬직한 세 명의 지휘자들에 의해 멋지게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기사는 KBS라디오 1FM <KBS 음악실>의 코너 '피아니스트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6월 20일 방송을 기사화한 것입니다]

 

 

스토리텔러 김주영 :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주영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대학원에서 석사 및 연주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모스크바 프로코피에프 예술기념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파리 그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KBS 주최 한국의 음악가 음반을 녹음하였고, KBS 클래식 FM ‘KBS 음악실’에서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코너와 1라디오 '문화공감' 의 '올 댓 클래식' 코너,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 ‘정오의 음악회’ 진행자로서 클래식을 알리고 있다. 약 30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KBS 음악실' MC로서의 활동과 그 외 여러 방송 경험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음악의 전 분야를 섭렵하려는 의욕이 늘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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