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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때, 그 사람] 외모, 실력 모두 갖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가렛

기사에 나온 방송을 들어보세요! 118:55


아주 잘 생긴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습니다. 작년 봄에 개봉된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듯한데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인물이죠. 보통 음악영화에서는 연주 장면에서 적절한 ‘악기 연기’ 를 해야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일 텐데요, 이 영화의 경우는 주인공이 직접 연주를 했기에 어려움이 없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바로 독일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가렛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연주자가 연기를 잘하기는 쉽지 않죠. 또 영화배우가 연주를 잘하는 것처럼 연기해서 장면을 잘 살리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만약 두 가지가 다 가능하다면 영화에서 연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올테니까 영화의 완성도가 올라가겠죠. 거의 원 테이크로 진행됐던 영화의 하이라이트, 파가니니가 열연하는 장면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음악애호가들에게 최근 알려진 다비드 가렛의 모습은 팝이나 크로스오버 음악을 연주하는, 자유분방한 모습의 아티스트인 것 같은데요, 원래는 클래식 연주자로 교육받고 성장했고, 어려서부터 대단한 천재성으로 일찍이 ‘될성부른 나무’였습니다. 고미술상인 아버지와 발레리나 어머니 사이에서 1980년 아헨에서 태어난 다비드의 원래 성은 본가르츠인데, 미국 출신인 어머니의 성이 좀 더 발음하기가 쉬워 가렛으로 부르게 됐다고 하죠.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 시작, 일곱 살 때 뤼벡 음악원을 다니기 시작했구요, 열두 살 때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이다 헨델을 만났습니다. 영국 로열 콘서바토리를 거쳐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이착 펄먼과 공부한 경력도 있군요. 16세 때 뮌헨 필과 협연하고, 18세에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협연, 21살 때는 BBC 프롬스에서 연주하면서 가렛은 그야말로 스타의 대열에 들어섭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클래식, 크로스오버, 팝 등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악기는 그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인데요, ‘산 로렌초’라는 이름의 명기입니다.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이나 길게 기른 머리를 묶은 모습, 그 이미지로 보면, 참 많이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 같죠? 가렛은 처음에 공부하러 갔던 로얄 콘서바토리에서 한 학기 만에 그만두고 나오게 되는데, 나중에 이유를 묻자, ‘학교와 내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고 얘기했더군요. 그 후 미국에서도 조금은 엉뚱한 행동을 했습니다. 줄리어드 음악학교를 다니면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스타일의 푸가를 작곡하여 상을 받기도 하구요, 재학 중에 모델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다고 하니까, 학생시절부터 이런저런 다양한 일로 무척 바빴을 거 같습니다. 그야말로 넘치는 끼의 소유자라고나 할까요? 190센티가 넘는 장신이고 미남이니까 모델일이 가능했겠습니다만, 모델도 외모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촉망받던 기대주였고,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가 된 가렛이 크로스오버 연주자가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주자로서 어떤 종류의 주목과 박수를 받고 싶은가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공감대와 오랜 여운이 남는 환호를 원하는지, 아니면 이보다 좀 더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대중음악을 연주하여 박수를 받고 싶은지에 대한 선택이죠. 게다가 가렛의 경우는 그가 스스로 작곡도 하고, 연기와 제작을 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은 듯한데요, 클래식 아티스트로만 일한다면 한계가 많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겠죠. 그의 경우는 클래식 연주를 병행하지만, 결국 무대에서 자신이 원하는 곡을 청중들과 나누고 공감한다는 차원이니까, 연주자로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에 서고 싶은 욕심 많은 연주자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파가니니’ 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볼까요? 원래는 2013년에 만들어진 영화였는데요, 파가니니라는 인물이 워낙 흥미롭고 극적인 인생을 산 음악가인 만큼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탐낼 배역이죠. 영화의 리얼리티가 조금 아쉬운 부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렛이 너무 미남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실제의 파가니니는 미남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로테스크한 외모로 인해 마법사, 악마, 유령이라고 불렸거든요. 아직 무명이던 파가니니가 흥행사인 우르바니를 만나 유명세를 치르게 되고, 런던 공연에서 지휘자 왓슨의 딸인 샬럿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인데, 내용에 대해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파가니니의 명곡들을 연주하는 가렛의 모습과 작품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중간에 나오는 협주곡 장면인데요, 오케스트라의 전주 후에 갑자기 객석에서 나타나 카프리스 24번을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장면은 19세기 중반 음악회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 인상 깊었죠. 연주자의 외모는 일치하지 않지만, 당시 음악회장의 고증이나 파가니니의 성향 등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영화의 감독은 베토벤의 사랑 이야기를 흥미로운 미스터리로 풀어냈던 <불멸의 연인>을 만든 바 있는 버나드 로즈였습니다.

 

 

앞으로도 가렛이 계속 영화에 출연할까요? 글쎄요... 이번 영화는 어디까지나 바이올린 음악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출연했을 수도 있겠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과 교감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영화인 것은 분명해 보이긴 합니다. 비주얼에 예민하고, 즉각적으로 그 반응을 나타내는 세대들과 호흡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영화 속에 담아낸 가렛의 선택이 참 현명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 존재감을 높이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죠. 긴 머리와 부드러운 눈빛, 늘씬한 몸매와 명기 ‘산 로렌초’로 무장한 다비드 가렛이 다음번엔 어떤 방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무척 기대됩니다.

 

 

스토리텔러 김주영 :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주영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대학원에서 석사 및 연주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모스크바 프로코피에프 예술기념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파리 그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KBS 주최 한국의 음악가 음반을 녹음하였고, KBS 클래식 FM ‘KBS 음악실’에서 '김주영의 그 때 그 사람' 코너와 1라디오 '문화공감' 의 '올 댓 클래식' 코너,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 ‘정오의 음악회’ 진행자로서 클래식을 알리고 있다. 약 30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KBS 음악실' MC로서의 활동과 그 외 여러 방송 경험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음악의 전 분야를 섭렵하려는 의욕이 늘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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